제 블로그에 올렸던 gmail글이 인연이 되어서, 못쓰는 글솜씨지만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기사를 하나 쓰게 되었습니다.
아래글은 마소7월호에 실린 “웹메일의 역사를 다시쓰는 GMail” 원고입니다.
[ 웹메일의 역사를 다시쓰는 GMail ] by 구루 on xguru.net
IT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평가받는 구글. 이들이 경쟁 상대 많은 웹 메일 서비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1GB의 용량과 간편한 인터페이스, 강력한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는 GMail. 아직 베타 서비스 중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먼저 살짝 들여다 보겠습니다.
지난 4월 1일 구글이 메일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다들 만우절 농담이 아닐까라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정말 베타 형태의 메일 서비스를 시작했고, 1GB라는 엄청난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는 소문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시도 혹은 충격 발표는 국내외 메일 서비스 업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위기 의식을 느낀 야후는 곧 저장 공간을 늘린다는 발표를 했고, 국내의 다음/드림위즈/엠파스 등의 업체도 용량을 대량 제공하는 서비스를 계획하겠다고 알려 왔습니다.
Gmail은 베타 서비스 중
소문은 무성하지만 아직 Gmail은 베타 상태로 일반 사용자의 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글이 인수한 Blogger.com의 사용자와 구글에 관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수의 계정만을 허용한 후, 다시 이들이 메일로 보내주는 초대장(invitation)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추천을 통한 가입 제도는 다른 사이트들에서도 많이 사용했지만 Gmail은 무한정으로 초대장을 전송할 수 없도록 막아놓았기 때문에 초대장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한때 이 초대장이 eBay(www.ebay.com)에서 10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팔렸으며, gmailswap이라는 Gmail 초대장 교환 사이트까지 오픈되는 정도입니다.
Gmail 서비스에 대해 어떤 점을 기대하기에 그들은 거금을 지불해서라도 자신의 Gmail 주소를 선점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1GB라는 거대한 용량 외에도 구글이라는 네임밸류와 그들이 제공했던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기대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메일 서비스의 진화
–MORE–
이젠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이메일 주소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의 편지와 같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 서비스인 이메일은 편지의 장점을 모두 가지면서도 빠르고 정확한 전달,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부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이메일은 친구간의 소식 전달, 광고 발송, 각종 자료 전송, 업무 관련 통지와 문서 전달, 고객 관리, 고지서 발행, 정기간행물 발송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인터넷 사용자에게 없어선 안 될 서비스로 정착됐습니다.
초기 인터넷 시절에는 대학교 같은 인터넷 환경이 가능한 곳에서만 유닉스 서버에 접속하여 셸 계정에서 메일 사용이 가능했지만, PPP/SLIP를 이용한 모뎀 접속으로 일반 가정에서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지면서부터는 ISP의 POP3/SMTP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일반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는 핫메일, 한메일과 같은 웹 메일 서비스 등장을 재촉했고, 초고속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웹 메일 서비스들은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자신의 메일함을 열람하고 메일 송수신이 가능한 본래의 특징 외에 메일 저장 용량의 대형화, POP3 기능 지원 여부, 스팸 필터링 기능, 외부 메일 접근 기능, 메일 수신 여부 확인, UMS(Unified Messaging System)를 통한 메일 접근 방법 등 다양한 기능들을 내세워 가입자들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료 웹 메일 서비스는 수입원의 부재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웹 메일 서비스들은 다양한 광고를 유치하고 초기접속 화면부터 메일 리스트 화면, 심지어는 보내는 메일의 하단까지 광고 링크나 배너를 추가해서 사용자들의 불편을 사곤 했습니다. 광고 수익 외에 메일 저장 공간 확대와 몇 가지 추가 기능으로 플러스 요금을 받기도 하지요. 유료 메일 서비스는 광고가 없고 편리하고 깔끔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무료로도 가능한 웹 메일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요금을 낸다는 것이 사용자들에겐 부담이었기 때문에 시장을 많이 확대하지는 못했습니다.
웹 메일 전문 서비스들 외에도 대형 포털이라면 하나씩은 제공하고 있는 웹 메일 서비스, 이 무한 경쟁 시장에 검색엔진 1위인 구글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기존 웹 메일들의 단점들을 인지하고 분석한 후에 시작을 했으리라고 봅니다. 그럼 구글이 내놓은 장점과 특징은 무엇인지 들여다 보겠습니다.
GMail 의 모습
[화면 1] GMail 로그인 후 첫 화면
Gmail의 첫 화면은 깔끔합니다. 예전에 검색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찾아간 구글의 첫 페이지가 너무 단순하여 놀랐던 기억이 나는군요. 기존의 웹 메일에서라면 몇 개의 배너 광고가 떴을 법한 시작 창에 광고가 없으니 뭔가 허전한 듯한 기분까지 듭니다.
[화면 1]이 실제 메일 서비스 화면입니다. 로고와 별/클립을 제외하고는 이미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로딩속도도 아주 빠르고,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메일의 제목 옆에 간단한 본문 내용을 보여줌(Snippet)으로써 원하는 메일을 찾기 쉽게 하며 스팸 여부까지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Compose Mail, Inbox, Starred, Sent Mail, All Mail, Spam, Trash의 일곱 개 메뉴로 나뉘어 있습니다.
Inbox는 편지를 받고나서 분류를 하지 않은 상태의 메일들만 보여주는 메뉴입니다. Starred는 받거나 보낸 편지 중에서 중요한 것을 별표 체크를 부여하여 따로 구분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Sent Mail은 보낸 메일을, All Mail은 자신이 주고받은 모든 메일을 한꺼번에 보여줍니다. Spam은 스팸 메일로 분류된 메일, Trash는 자신이 삭제한 메일이 나오는 곳으로, Starred와 All Mail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웹 메일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메뉴를 제공합니다. 메일 작성시에는 많은 웹 메일 시스템에서 지원하는 HTML 형식의 에디터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호환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단점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GMail의 특징
방대한 용량
잘 알려진 대로 1GB라는 거대한 용량을 지원합니다. 그냥 메일로만 쌓는다면 어떻게 용량을 다 쓸 지 걱정이 될 정도로 넓군요. 일반적인 웹 메일 서비스라면 조금만 메일을 주고받아도 메일함 용량이 모자라 중요한 메일은 백업하고 일반 메일은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수고는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메일만 주고받는다면 평생 메일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또한 업무상 큰 파일을 주고받을 때도 충분히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Search, Don’t Sort
GMail 첫 화면에 써있는 문구입니다. 바로 구글의 강점인 서치 기능을 메일함에도 적용한다는 거죠. 원하는 메일을 찾을 때, 날짜별/보낸이별로 소트하기보다는 강력한 찾기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보내고 받은 모든 메일을 한꺼번에 같이 검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웃룩 같은 이메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에 쌓여있는 몇 년간의 이메일 중에서 자신의 원하는 메일을 찾으려면, 메일의 수와 양에 따라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GMail은 구글에서 보여준 빠르고 정확한 검색 기능을 십분 활용하여 자신의 메일함에서 원하는 메시지를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도록 합니다. 검색 옵션은 다양하게 제공됩니다. 아직은 한글 검색이 되지 않아 한글 문자열을 찾을 경우 자기 메일함의 모든 메일을 보여줍니다. 상당히 아쉽지만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에 수정되리라 봅니다.
[화면 2] 검색 옵션
빠르면서도 깔끔한 인터페이스
실제로 Gmail의 페이지 소스를 열어보면 HTML로 된 코드는 사실 많지 않고 모두 자바스크립트, CSS만을 이용해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화면 하나가 약 20만 바이트가 넘는 엄청난 자바스크립트 코드로 되어 있어 초기 로딩 속도는 약간 지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딩 후에는 객체화 처리의 장점으로 인해 빠른 사용성을 보장해 줍니다.
또한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하여 모든 것을 객체화하여 기존 아웃룩 같은 이메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던 방식을 구현했습니다. 기존 웹 메일의 천편일률적인 HTML 기반 인터페이스를 많이 개선하여 세세한 곳까지 신경 쓴 부분입니다. 주소 입력창에서 글자 입력시 해당 글자로 시작하는 이메일 주소와 이름을 모두 리스트업하여 보여주는 자동 완성 기능도 매우 유용합니다. 아직 한글은 지원되지 않지만 영문 스펠링 체커는 정상적으로 동작하며, 이 역시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 깔끔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정식 서비스된 이후에 한글이 지원될 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화면 3] Contact List Popup
[화면 4] Check Spelling
Gmail에서는 특이하게 특정인과 메일을 주고받았을 때 쓰레드 처리를 해서 보여줍니다. 이런 메일을 주고받는 동작을 ‘Conversation’이라고 호칭하며, 어느 한 토픽에 대해 주고받은 메시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손쉽게 메일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게시판에 답글/댓글이 달린 듯이 메일을 볼 수 있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웹 메일에서 이런 방식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쓰레드 상에서 원하는 메일을 누를 경우 <화면 5>와 같이 화면 처리가 됩니다. 물론 화면에 다 불러놓고 처리하기 때문에 아주 빠르게 전환됩니다. 또한 이전에 주고받은 메일의 내용들(Quoted Text)도 사용자의 클릭을 통해서만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메일을 읽을 때 부담 없도록 해줍니다. 단, 자동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Conversation 내에서 어떤 메일을 빼거나 하는 동작은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화면 5] 메일 주고받기 중 인용문 처리
Gmail만의 특이한 개념인 라벨과 Starred
검색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 메일 서비스와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웹 메일에선 보통 Inbox에 있는 편지를 장기 보존하고자 할 때 자신의 원하는 메일함으로 옮기게 되는데 Gmail에선 이 동작을 Archive한다고 하며, 말그대로 자신만의 공간에 뭉뚱그려 저장하게 됩니다. 단, 라벨(Label)이란 것을 지원하여 바인더에 라벨링하듯이 메일에 라벨을 붙여 관리를 가능케 합니다.
라벨은 중첩 적용이 가능하여, 한 개의 메일에 여러 개의 라벨을 붙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 메일이면서도 주문서라는 라벨을 동시에 붙이면 업무 메일과 주문서에서 동시에 이 메일을 볼 수가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업무 관련 메일 하부에 하부 카테고리를 두어 중첩으로 라벨을 적용하면 상위에서도 하위에서도 같이 볼 수 있게 됩니다. 라벨 제목의 번호는 왼쪽 창에 원하는 순서대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제가 붙인 것입니다. 순서 관리 기능 같은 것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라벨은 편지함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삭제한다고 해서 해당 라벨의 모든 메일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편지지에서 해당 라벨을 떼어낸다고만 생각하면 비슷하게 이해됩니다. 조금은 색다르면서도 깔끔한 개념이 아닌가 합니다. 라벨 외에도 Starred라는 것이 있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메일엔 앞에 별표를 붙여 따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화면 6] 라벨
단축키, 메일 알림, 필터
키보드 단축키를 지원함으로써 키보드만으로도 메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노트북 사용자에겐 아주 편한 기능이고, 메일이 많은 경우엔 다음/이전 메시지 보기가 아주 간편해집니다.
현재는 새로 메일이 오면 스크립트를 이용, Inbox 창을 주기적으로 갱신해 보여주기 때문에 옆에 Gmail 창만 띄워놓으면 계속적으로 메일 확인이 됩니다. 이 역시 기존 웹 메일 서비스에서 메일 확인을 위해 계속 받은편지함을 눌러야 하는 것을 개선한 것이죠. 아마도 구글이 메신저를 가지게 되지 않는 한, 메일 알림(Mail Notify) 기능을 구글 툴바에 넣을 것이라고도 예상을 할 수 있는데 구글 툴바 이용자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메일 수신시 원하는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필터는 기능이 다소 모자라지 않나 생각이 들지만 일반적인 기능은 모두 지원합니다. 보낸 사람, 받는 사람, 제목, 포함 단어, 미포함 단어의 다섯 가지 항목으로 메일을 분류하여 Archive 하기, Star 붙이기, 라벨 붙이기, 삭제하기 등의 4가지 동작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20개까지 필터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호환성 준수
Gmail은 다음과 같은 환경을 지원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IE 5.5 이상(윈도우)
네스케이프 7.1 이상(윈도우, 매킨토시, 리눅스)
모질라 1.4 이상(윈도우, 매킨토시, 리눅스)
모질라 파이어폭스 0.8 이상(윈도우, 매킨토시, 리눅스)
사파리 1.2.1 이상(매킨토시)
이런 호환성은 웹 메일이라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최근 메일 서비스들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IE 쪽에 중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고 봅니다. Gmail은 CSS와 표준 자바스크립트 문법만을 사용하여 높은 호환성을 이루어 냈습니다. 단, 아직 PDA(WinCE/Palm)에서의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GMail의 단점과 걱정거리
아직 GMail은 베타 버전 상태이긴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군더더기 없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느라 빠진 기능이 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군요. 아는 사람의 주소를 관리하는 Contacts 부분에 그룹 관리가 없어 한 줄에 모두 리스팅되는 점이나, 한국어를 UTF-8로만 처리하기 때문에 국내 웹 메일 서비스들과 메일 교환시 문자가 일부 깨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아직 POP3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가장 중요한 기능인 한글 검색이 안된다는 점들이 정식 오픈 전에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보입니다.
현재 GMail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그들이 얘기했던 텍스트 광고입니다. 물론 기존에 웹 메일 서비스 등에서 표출됐던 보기 싫은 팝업이나 이미지 등을 이용한 광고가 아니라 조용히 옆에 보이는 텍스트 광고 정도입니다. 형태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Sponsored Link가 위측에, 그리고 구글의 검색 인덱스를 이용한 관련 페이지가 아래에 리스트되어 나타납니다. 사람이 읽는 것이 아니고 자동화된 프로그램에 의해 메일 내용에서 키워드가 추출되고, 그에 의한 광고가 표출되는 것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이메일이 누군가에 의해 읽혀진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픈도 하기 전에 이와 관련해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어쨌거나 GMail은 텍스트 광고를 이용한 수익 모델이 주수익원이기 때문에 계속 무료로 서비스될 것입니다. 자신의 정보를 약간 제공하고 강력한 이메일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사용자의 판단에 맡겨야겠죠.
[화면 7] 텍스트 광고
아직 미비한, 그러나 이미 충분한
구글의 브랜드 이미지를 등에 업고, 사람들의 입소문 속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GMail. 정식 서비스 시작 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간편하고 빠른 메일 서비스 자체로만 남아주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