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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리뷰 : 카네기(Carnegie) – “또 하고 싶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적 존재인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업적중 일부를 기반으로 만든 보드게임.

철강산업으로 돈을 벌어서 큰 부자가 되었고, 그렇게 벌은 돈을 엄청 많이 기부해서 2500개에 이르는 공공 도서관을 설립했던 카네기처럼 사업을 확장하고 기부를 통해서 승점을 가장 많이 얻는 것이 목표. 보드게임 내에서 직원을 고용하고, 회사의 부서들을 만들고, 상품을 생산해서 팔고, 운송 기술을 개발, 미국 전역에 운송망을 구축하는 것을 아기자기 하게 표현.

각 회사는 본판+확장해서 총 32가지의 부서가 있으며 각 부서들은 인사, 경영, 건설, R&D 4개의 군에 속함. 실제와 비슷해서 교육/채용 은 인사, 구매/판매/물류/회계는 경영, 연구/설계/지식공유 등은 R&D에 속하며 실제 기능도 이름과 비슷하게 만들어 놨음. 채용 부서를 만들면 한명 파견보내면서 신입 직원을 하나 뽑고, 일반 연구개발은 3점을 주는데 고급 연구개발 부서를 만들면 7점을 주는 식.

회사는 사회기반시설, 공업시설, 상업시설, 주거지역 4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건물을 지을 수 있음. 미국 전역을 동부, 서부, 남부, 중서부 4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별로 운송 수단을 수레 / 마차 / 기차로 발전시켜야 하고, 각 도시에 자신의 건물을 지어서 운송망을 연결해 나감. 뉴욕 / 시카고 / 뉴올리언스 / 샌프란시스코 4개의 대도시는 특히 중요해서 이 4개의 도시들을 중소도시를 거치는 운송망을 통해 연결시키는게 전체에서 가장 큰 점수.

이렇게 버는 돈으로 기부를 해두면 게임이 끝났을 때 기부 종류별로 승점을 줌. 가장 중요한 점수 획득 방법이라 열심히 돈 벌고 열심히 기부해야함. 왜냐면 첫 기부는 $5지만, 기부 할때마다 $5씩 추가되어 $10,$15,$20 이런식으로 더 내야하기 때문.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카네기”

근데 왜 난 돈이 없어..

게임은 정확히 20라운드로 구성. 선부터 돌아가며 1라운드당 인사/경영/건설/R&D 중 하나의 액션을 선택하고 실행함. 문제는 선이 선택한 액션을 다른 모든 사람도 똑같이 수행해야 한다는 것. 남들이 다음에 어떤 액션을 선택할지 예측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둬야 턴 낭비가 없음. 예를 들어 선이 건설액션을 선택했는데 내 건설부서에 직원이 없으면 그 라운드는 공치는 거임. 그러지 않기 위해 그 전에 인사 액션을 통해서 건설 부서에 인력을 배치해 둬야 하는 것.

회사가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것은 동/서/남/중서부 지역으로 직원을 파견 내보내는 것인데, 이 것도 액션을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각 지역에 파견 나간 직원을 회사로 복귀시키면서 돈을 벌게 되는 방식. 이 역시도 남이 어떤 액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파견 나간 직원을 데려와야만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각 지역에 적절히 파견을 보내둬야 함.

BGG 5점 기준 난이도 3.82로 아주 높은 편은 아님. 잔룰이 많지 않아서 개념만 이해하면 굉장히 쉽게 익힐 수 있음. 그러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기가 어렵고, 한번 하고 나면 “아 다시하면 잘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바로 드는 훌륭한 게임. 플레이 하면서도 “와 이 게임 굉장히 현대적이다!” 라고 느낄 수 있었는데, 회사와 부서의 개념과 운송망 확장, 기부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카네기 테마를 아주 잘 살렸기 때문인듯. 역시나 이안 오툴의 깔끔한 그래픽 디자인도 그에 일조하고, 디럭스 버전 기준 컴포의 질도 정말 우수함. 게다가 액션 타임라인,기부의 종류,부서의 종류 등이 모두 할 때마다 바뀌게 구성되어 있어서 리플레이성도 정말 훌륭.

결론 : 정말 좋은 게임이고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고 싶다. 처음이라 좀 헤맸는데, 이제 룰도 익혔으니 완전 초보자랑도 룰 설명 포함 3시간 내외로 즐길 수 있을 듯.

맥도널드 아이스크림 기계를 더 똑똑하게 만든 회사 Kytch

맥도널드의 아이스크림 기계는 Taylor 사의 C602 모델로 전세계 14000개 매장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은 C602와 부품이 호환되는 C606 (Taylor 홈페이지에서)

Taylor는 1926년에 설립된 회사로, 1956년부터 맥도널드에 밀크쉐이크 머신 납품을 시작했고, 현재는 이 기계를 통해 밀크쉐이크/소프트 아이스크림/선데/맥플러리 등을 즉시 만들어 팔고 있다. 굉장히 복잡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1대에 이천만원($18,000) 정도 한다.

문제는 이게 고장이 아주 잘난다. 수리비용 또한 비싸고, 엔지니어가 올때까지 못 파니까 또한 손해다. 2017년 기준 맥도널드가 테일러사에 지불한 수리비용이 약 100억원($80M) 이라고 하니 대충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항상 평균적으로 미국내 맥도널드 매장중 11% 이상이 고장나 있다고 한다. 이런 수치를 어떻게 실시간으로 알 수 있을까? 이 기계의 인터널 API를 해킹(리버스 엔지니어링)해서 미국내 맥도널드의 아이스크림 기계중 몇대가 동작 안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이트인 McBroken 이 있다.

McBroken 이 보여주는 현재 미국내 맥도널드 아이스크림기계 고장 현황

물론, “고장 났음” 이라고 알려주는 건 아니고, 실제로는 모든 기기에다가 아이스크림 제조 명령을 보내서, 동작 안된다는 응답이 오는지를 확인한다. 컨버전율 계산이 완전히 꼬이니까.. “맥도널드의 데이터 어낼리스트 분들 죄송해요!” 라고 개발자가 말한 바 있다.

여기에 Kytch 라는 회사가 있다. 아이스크림 기계용 IOT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다.

Kytch 홈페이지의 소개. 아이스크림 머신에 조그만 동글을 꼽아서 똑똑하게 만들어 준다

테일러 머신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스크림 기계에 동글을 붙여 놓으면 원격 조종이 가능하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 및 AI를 이용한 유지보수 예상 기능을 제공한다.

모바일에서 현재 상황을 원격 관리 가능

어떤 문제들이 발생했는지 실시간 알림, 매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시간에 따라 동작을 조절해줘서 전기를 세이브하고, 자동 세척 스케줄링도 해준다. 어떤게 문제인지 상세하게 알려줘서 수리비용도 세이브 해준다. 라즈베리 파이로 만든 작은 머신으로 쉽게 20분이면 설치 가능 하다고 한다.

Kytch가 Taylor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했는데, 이 과정에서 Taylor 내부 문건에서 Kytch를 구매해서 분석하고, UI를 따라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나왔다.

테일러의 현재 관리 페이지 디자인(Wired에서)
따라하고 싶은 kytch의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

맥도널드는 내부 공문을 통해서 Kytch 를 쓰지 말고, 실제로 “Taylor Shake Sundae Connectivty” 라는 기계를 쓰라고 공지 했는데 아직 출시도 안되었다. 하여튼 그래서 법정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질듯..

이 Kytch 는 기존 수많은 기계들을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솔루션이라는 걸 인정받아서, 작년에 약 600억원($50M)의 가치로 120억원($10M) 펀딩을 받았다. 일년에 맥도널드가 테일러에 내는 수리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테일러든 맥도널드든 그냥 Kytch를 인수하면 될 걸..
미국 동네도 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옮겨본다.

(11/28 추가) 이글을 GeekNews 에 공유했더니 ikkoz님이 관련한 유튜브 영상도 있다고 공유해주셨다.

30분 영상인데, 같이 보면 좋다. 테일러는 수익의 25%가 기존 기기 수리비용에서 나온다고 한다. 다른 체인점들은 문제 없는데 유독 맥도널드만 이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