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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리뷰: Salton Sea – “이런 걸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지열 에너지와 리튬을 동시에 추출 가능한 미국의 호수 “Salton Sea(솔턴 시)“를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보드게임.

캘리포니아의 유명 휴양지 팜스프링스 동쪽으로 100km쯤 떨어져 있는 내륙 염수 호수 Salton Sea. 면적이 서울의 1.3배 크기인 889 km² 정도인데, 해수면보다 고도가 낮고 최고 수심이 13m 밖에 되지 않는다.

Salton Sea from Wikipedia

1905년 콜로라도 강의 범람으로 인해 우연히 형성된 이 호수는 염도가 44g/L로 태평양(35g/L)보다 짜고, 내륙에 있어서 매년 더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 한때 휴양지로 인기가 많았으나 농업 활동으로 인한 비료/농약 유입, 물공급 감소, 고온으로 염분이 증가하다가 90년대에는 물고기가 대규모로 폐사하는 등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었다. 현재 Salton Sea는 환경 재앙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생태계 복원과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인 곳인데 왜 여기를 기반으로 보드게임을 만들었을까? ( 이 내용들 중 일부는 매뉴얼 초반에 설명되어 있는 것임)

재생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태양광/풍력이 주로 이야기 되지만, 요즘엔 지열 에너지(Geothermal energy)도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지표 근처의 700~1200도에 달하는 마그마로 가열된 암석을 통해 끓어오른 지하수를 퍼올려 수증기 터빈을 통해 발전을 시키고, 온도가 낮아져 액체로 돌아가면 다시 지하로 주입해서 암석에 재가열시키는 순환이 가능하다. 지열 에너지의 장점은 태양광/풍력과 달리 24시간, 1년 내내 일정하게 전력 추출이 된다. 단점은 지구상에서 이렇게 고온을 가진 지점에 접근 가능한 장소가 희소하다는 것.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태양광/풍력을 주 재생 에너지원으로 선택한다.

그러나 밤에는 태양이 뜨지않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도 있으니 전기를 저장해둬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전력 저장에 가장 효율적인 것은 리튬 배터리를 이용하는 것. 전기차 덕분에 유명해져 버린 리튬은 에너지 순환의 중추적 요소. 리튬은 매우 흔한 원소이고,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최근까지는 수요가 많지 않다가 갑자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광산이 부족해 져서 리튬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리튬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곳은 바다이고, 물에 용해 되어 있다. 하지만 바다에 있는 리튬은 과하게 희석 되어있고 많은 양을 증발시켜 처리해야 하므로 수율이 좋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바다보다 염분이 높은 염수 기반으로 리튬을 얻는 메커니즘도 활용되고 있다. 물은 온도가 높을 수록 더 많은 염분을 용해시키는데, 앞서 말한 뜨거운 지하수를 퍼올려서 열과 함께 리튬도 추출이 가능한데, 물이 뜨거워질수록 리터당 추출할 수 있는 리튬이 양의 늘어난다. 즉 지열 발전소지구 내부의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며, 동시에 리튬의 잠재적인 공급원도 될 수 있다.

솔턴 시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곳이다. 캘리포니아 지진의 원인인 산 안드레아스 단층의 끝자락에 붙어 있어서 화산과 지열 활동이 나타난다. 이 지열 활동이 활발한 지역을 시추해서 수증기와 뜨거운 물을 얻을수 있는데, 수증기로는 발전을 시키고, 뜨거운 물은 염수이므로 리튬을 추출해서 동시에 판매가 가능해 진다. 전력 생산과 저장을 동시에 하는 회사가 만들어질수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이제 실제 Salton Sea 보드게임 이야기로 들어가보면..
각 플레이어는 염수를 퍼내어서 지열/리튬을 추출하는 기업의 대표고, 회사를 잘 경영해서 최고의 승점을 얻는 사람이 이기는 전형적인 일꾼 놓기에 약간의 덱빌딩을 섞은 전략게임.

엔지니어 4명을 가지고 시작하여 회사가 발전하면서 총 7명까지 늘어나게 되는데, 엔지니어들로 할 수 있는 액션은 3개의 분야로 나눠진다.

산업 행동 : 굴착 허가 획득하기, 드릴로 시추하기, 염수 추출하기, 리튬/지열에너지로 가공하기, 드릴과 공장 수리하기
상업 행동 : 리튬/전력 판매하기, 계약 체결하기, 계약 수행하기
경영 행동 : 연구, 주식 매입, 사업프로젝트 진행(회사 발전), 재정 지원 받기

$1, $3, $5 로 가격이 매겨진 액션덱을 돈으로 쓰다보니 어떤 걸 돈으로 내고, 어떤걸 유지해서 액션으로 써야할지 미친듯이 고민하게 만드는 게임.

굴착 허가 획득에서는 소유지 카드를 가져와서 차례대로 쌓게 되는데, 소유지 카드별로 염수/암반 등이 다르게 그려져 있음. 드릴로 시추할때 암반이 있으면 드릴의 내구도가 떨어지게 되고, 나중에 적절하게 수리하지 않으면 시추 행동을 하지 못할 수 있음. 드릴로 시추해서 염수가 있는 곳까지 파고 들어가면 염수 추출이 가능. 추출한 염수를 창고에 저장했다가 리튬/지열에너지로 가공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창고도 처음엔 두칸만 주고, 점차 확장해 나가야 함.

리튬/전력을 만들고 판매하는 메커니즘이 조금 독특한데, 염수에서 리튬/전력을 만들때 기본 비용이 발생하므로 내 액션 카드를 금액으로 내서 써야함. 매입하는 회사별로 금액이 다르고 금액이 결정되면 현재 시장에 깔린 행동 카드를 금액에 맞게 골라서 가져오는 방식인데, 액션카드가 $1, $3, $5로 세가지인데 좋은 액션을 위해서는 비싼 카드로 받아야 하지만, 그러면 액션의 선택 범위가 줄어들어 버려서 어떤 카드를 돈으로 써서 다음 액션을 준비할 지가 엄청난 고민. 단순 판매가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고 수행하면 돈과 승점, 주식, 사업 발전등의 혜택을 주기 때문에 이것도 승리를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함.

연구를 통해서는 기본으로 하는 동작들을 강화 가능. 염수나 리튬을 더 추출한다거나, 굴착 허가 받을때나 수리할때마다 할인해준다거나 하는 등. 그리고 이렇게 번 돈을 가지고, 우리가 리튬/전력을 사가는 회사의 주식을 구매해서 미래를 내다보는 재투자 전략이 녹아있다는게 놀라움. 우리꺼 사가서 니네 회사 잘나가면 나도 좋아!

BGG 기준 난이도 3.74카네기와 거의 비슷한데, 미래 지향적인 테마가 너무 잘 녹아 있어서 칭찬하고 싶은 게임. 심지어 카네기의 1/4 사이즈로 박스도 작다. 한글판이 나오지 않았지만 보드게임 자체는 모두 아이콘이라 룰만 익히면 충분히 게임이 가능하다. 박스에 120분이라고 씌여 있는데, 액션 선택하기가 어려워서 첫플에 설명시간 포함해서 4시간 정도 걸린듯

SaltonSea #보드게임 #솔턴시

보드게임 리뷰 : 카네기(Carnegie) – “또 하고 싶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적 존재인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업적중 일부를 기반으로 만든 보드게임.

철강산업으로 돈을 벌어서 큰 부자가 되었고, 그렇게 벌은 돈을 엄청 많이 기부해서 2500개에 이르는 공공 도서관을 설립했던 카네기처럼 사업을 확장하고 기부를 통해서 승점을 가장 많이 얻는 것이 목표. 보드게임 내에서 직원을 고용하고, 회사의 부서들을 만들고, 상품을 생산해서 팔고, 운송 기술을 개발, 미국 전역에 운송망을 구축하는 것을 아기자기 하게 표현.

각 회사는 본판+확장해서 총 32가지의 부서가 있으며 각 부서들은 인사, 경영, 건설, R&D 4개의 군에 속함. 실제와 비슷해서 교육/채용 은 인사, 구매/판매/물류/회계는 경영, 연구/설계/지식공유 등은 R&D에 속하며 실제 기능도 이름과 비슷하게 만들어 놨음. 채용 부서를 만들면 한명 파견보내면서 신입 직원을 하나 뽑고, 일반 연구개발은 3점을 주는데 고급 연구개발 부서를 만들면 7점을 주는 식.

회사는 사회기반시설, 공업시설, 상업시설, 주거지역 4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건물을 지을 수 있음. 미국 전역을 동부, 서부, 남부, 중서부 4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별로 운송 수단을 수레 / 마차 / 기차로 발전시켜야 하고, 각 도시에 자신의 건물을 지어서 운송망을 연결해 나감. 뉴욕 / 시카고 / 뉴올리언스 / 샌프란시스코 4개의 대도시는 특히 중요해서 이 4개의 도시들을 중소도시를 거치는 운송망을 통해 연결시키는게 전체에서 가장 큰 점수.

이렇게 버는 돈으로 기부를 해두면 게임이 끝났을 때 기부 종류별로 승점을 줌. 가장 중요한 점수 획득 방법이라 열심히 돈 벌고 열심히 기부해야함. 왜냐면 첫 기부는 $5지만, 기부 할때마다 $5씩 추가되어 $10,$15,$20 이런식으로 더 내야하기 때문.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카네기”

근데 왜 난 돈이 없어..

게임은 정확히 20라운드로 구성. 선부터 돌아가며 1라운드당 인사/경영/건설/R&D 중 하나의 액션을 선택하고 실행함. 문제는 선이 선택한 액션을 다른 모든 사람도 똑같이 수행해야 한다는 것. 남들이 다음에 어떤 액션을 선택할지 예측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둬야 턴 낭비가 없음. 예를 들어 선이 건설액션을 선택했는데 내 건설부서에 직원이 없으면 그 라운드는 공치는 거임. 그러지 않기 위해 그 전에 인사 액션을 통해서 건설 부서에 인력을 배치해 둬야 하는 것.

회사가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것은 동/서/남/중서부 지역으로 직원을 파견 내보내는 것인데, 이 것도 액션을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각 지역에 파견 나간 직원을 회사로 복귀시키면서 돈을 벌게 되는 방식. 이 역시도 남이 어떤 액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파견 나간 직원을 데려와야만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각 지역에 적절히 파견을 보내둬야 함.

BGG 5점 기준 난이도 3.82로 아주 높은 편은 아님. 잔룰이 많지 않아서 개념만 이해하면 굉장히 쉽게 익힐 수 있음. 그러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기가 어렵고, 한번 하고 나면 “아 다시하면 잘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바로 드는 훌륭한 게임. 플레이 하면서도 “와 이 게임 굉장히 현대적이다!” 라고 느낄 수 있었는데, 회사와 부서의 개념과 운송망 확장, 기부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카네기 테마를 아주 잘 살렸기 때문인듯. 역시나 이안 오툴의 깔끔한 그래픽 디자인도 그에 일조하고, 디럭스 버전 기준 컴포의 질도 정말 우수함. 게다가 액션 타임라인,기부의 종류,부서의 종류 등이 모두 할 때마다 바뀌게 구성되어 있어서 리플레이성도 정말 훌륭.

결론 : 정말 좋은 게임이고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고 싶다. 처음이라 좀 헤맸는데, 이제 룰도 익혔으니 완전 초보자랑도 룰 설명 포함 3시간 내외로 즐길 수 있을 듯.